안녕하세요.
요즘 빈대가 한국에서도 나타났다고 해서
큰 이슈가 되고 있어요.
오늘은 제가 유럽여행 중에 빈대에 물렸던
이야기를 해볼까 해요.
십 년도 훨씬 넘은 이야기지만,
지금 생각해도 너무나 소름 끼쳤던
기억이라 공유해 봅니다.
2006년 가을 스페인여행을 했었어요.
이때 유럽과 미국지역에서 빈대가 극성을 부린다는
뉴스기사를 접했었는데요.
그렇기에 더더욱 빈대에 대해서 신경을 써야겠다는 생각에
저는 10일간의 스페인여행 중에서 단 하루를 빼고는
모두 한국인이 운영하는 민박집을 이용했어요.
한인민박집을 택했던 이유는
한국인은 세계 어디에서 살던 청결하고 깨끗하게
집을 유지하시더라고요.
아닌 사람도 있겠지만, 적어도 지금까지 제가 이용해 본
한인민박집은 모두 깔끔했었어요.
이때 여행루트는
바르셀로나 → 그라나다 → 세비야 → 마드리드였어요.
자잘한 도시들도 들렸었지만,
숙박을 했던 것은 이렇게 4개 도시였습니다.
이 중에서 세비야만 호스텔을 이용했어요.
빈대와의 첫 만남
여행 전까지 저는 빈대가 어떻게 생겼는지도 몰랐어요.
해외에서는 베드벅스라고 불린다는 것만 알뿐
첫 여행지였던 바르셀로나의 숙소에 도착했을 때
저희는 한국에서 출발했던 지라 따로 말씀이 없으셨는데요.
다른 유럽지역이나 스페인 타 지역에서
이동해 온 여행자들의 경우는 바로 방으로 안내하지 않고요.
마당에서 한차례 짐을 풀게 하시더라고요.
혹시나 빈대가 있을 수 있으니 철저하게 체크하시는 듯했어요.
빈대가 보이지 않더라도, 물린 경험이 있으신 분들의 경우
옷가지들을 모두 세탁해 주신다고 하더라고요.
한인민박에서 4인 도미토리룸을 이용했었는데요.
이때 마드리드에서 바르셀로나로 오신 언니분이 계셨어요.
이분이 전날 마드리드에서 빈대에 물리셨다고 해요.
그래서 민박집 사장님께서 옷까지 다 빌려주시고,
언니의 여행옷들을 모두 세탁해 주셨다고 합니다.
빈대에 물린 곳을 보여주셨는데
탁구공만 하게 부어있었어요.
너무 가려워서 긁었더니 이렇게 되었다면서요.
다행히 많이 물리진 않았고요.
현지 약국에서 빈대에 물렸을 때 바르는 약을 구매해서 발랐더니
가려움이 많이 가라앉았다고 합니다.
실제로 빈대를 본 건 아니었지만,
처음으로 빈대에 물린 사람을 본 날이었어요. ㅋ
바르셀로나의 일정을 뒤로하고
야간 침대기차를 타고 그라나다로 향했어요.
10시간 넘게 침대기차를 탔었는데요.
침대열차에도 빈대가 있을 수 있잖아요?
지금 생각해 보면 어떻게 침대기차를 탔었을까 싶네요.
다행히 침대열차에서는 무사했습니다.
그런데 요즘 기사를 보니 대중교통에서도
빈대를 볼 수가 있다고 해요.
그러니 침대기차면 빈대를 만날 확률이 더 높겠죠.
그라나다에서도 무사했습니다.
조금은 덜 깔끔한 한인민박집이었지만
그래도 빈대는 없었어요.
바르셀로나와 그라나다에서 빈대에 물리지 않았고
여행 중반이 되어 가니
빈대에 대한 염려가 사라졌어요.
정확히는 까먹은 거죠.
세 번째 도시인 세비야에 도착을 했어요.
세비야는 일정상 1박만 하게 되었는데요.
이때만 해도 한인민박이 거의 없었던 지역이어서
저는 세비야의 트리아나지구에 있는
호스텔을 이용했습니다.
여기서 드디어 빈대와 만나게 됩니다.
이때만 해도 스페인어뿐 아니라 영어도 거의 못했던 때라
저와 함께 여행했던 언니는
도미토리 룸을 이용하지 않고,
2인실을 이용했어요.
나름 2인실이면 외국여행객들과
어렵게 소통할 필요도 없고
외국여행객들에게서
빈대를 옮겨올 일도 없겠지 하는 생각을 했죠.
저희가 1박을 한 방은
문을 열고 들어가면 11자로 나란히 싱글침대가 있는 방이에요.
문옆으로 작은 나무 장롱이 있었어요.
장롱 앞에 위치한 싱글침대에 제가 잤고,
문을 열고 바로 보이는 침대에 언니가 잤어요.
이곳은 이불을 얇은 홑이불을 주더라고요.
밤에 자려니 너무 추워서
저는 여행 시에 입고 다니던 주름이 많은
롱스커트를 홑이불 위에 덮고 잤습니다.
이스커트가 꽤 커서 홑이불보다 따뜻했어요.
다음날 아침 일어나니 언니가 먼저 일어나 있었습니다.
그리고 하는 말이.. "이방에 빈대가 엄청 많아"라는 말이었어요.
새벽녘에 이상한 소리가 들려서 방에 불을 켰더니
빈대들이 우르르 장롱뒤로 숨더라는 겁니다.
그러면서 저에게 빈대에 물린 곳 없는지 보라고 하더라고요.
제 침대 발밑에 장롱이 위치해 있으니
언니침대로 가는 것보다 저의 침대로 빈대가 이동하는 게
훨씬 빠르고 수월했겠죠.
팔다리를 다 둘러봐도 물린 자국은 보이지 않았어요.
그런데 노란색 침대 시트와 홑이불 여기저기에
핏자국이 보이더라고요.
자면서 빈대가 물어서 제가 몸부림을 치다가 빈대를 눌러 죽였던 것 같았어요.
윽... 지금 생각만 해도 소름이 끼치는데요.
다리 쪽 방향으로 곳곳에 핏자국이 남아있었어
눈에 불을 켜고 빈대를 찾았는데요.
살아있는 빈대는 보이지 않았어요.
그러다가 제가 덮고 잤던 스커트 둘어보게 되었는데요.
이 스커트가 주름 스커트 였잖아요?
면소재의 뽀송한 주름 스커트의 주름 사이사이에
빈대가 붙어있는 걸 보았어요.
크~~~~~~~~~~~앜
너무 놀라서 스커트를 내 던졌다가
다시 들어서 탈탈 털어보았어요.
며칠 전 유퀴즈에 나오셨던 빈대전문가분께서
옷을 탈탈 털라고 하셨는데요.
저는 아무 소용이 없었어요.
빈대들이 다리를 섬유에 꼭 붙자고 버티고 있더라고요.
결국 저는 휴지로 빈대 한 마리 한마리 잡을 수밖에 없었습니다.
다행히 제가 벌레를 크게 무서워하는 편이 아니어서 잡을 수 있었는데요.
그럼에도 온몸에 소름이 돋고, 갑자기 빈대가 제 손으로 뛰어 올라오면 어떻게 하지?
하는 두려움까지 있었어요.
그날 이른 아침 제가 스커트에서 잡아낸 빈대가 십여 마리는 되었습니다.
해외여행을 다닐 때 저는 숙소 퀄리티에 대한 고민은 크게 하지 않았었어요.
그저 적당히 깔끔하면 되지 하는 생각이었고요.
숙소의 퀄리티보다는 위치를 더 중요하게 생각했는데요.
이때 이후로 숙소의 퀄리티, 청결도를 따져보게 되었답니다.
세비야의 호스텔은 목조침대에 목조장롱이었고요.
이런 나무 소재에 빈대가 많이 서식을 한다고 해요.
그리고 모든 호스텔이 그런 것은 아니겠지만,
그곳은 생각보다 깔끔하게 운영을 하는 곳이 아니었어요.
제가 듣기로는 남매가 운영을 하고 있었고,
저렴한 비용으로 배낭여행자들에게 인기가 있는 곳이었어요.
그러니 청결함에 어느 정도의 구멍이 있을 수밖에 없었겠죠.
단 하루의 숙박으로 언니와 저는 빈대에 물려서 고생을 했어요.
정확히 말해서 언니가 꽤 고생을 했는데요.
다음날 마드리드로 이동했을 때 바로 증상이 왔어요.
허리 부분에 몇 곳을 물렸는데
너무 가려워서 참을 수가 없어서 계속 긁었더니
나중에는 진물이 나올 정도였습니다.
그에 비해 저는 아무런 증상도 없었고
물린 자국도 없었기에
물리기 전에 잠결에 제가 빈대들을 다리로 눌러 죽였나?? 했습니다.
그런데 저는.. 여행이 끝난 뒤 한국에 돌아와서
10일 정도 지난 뒤에 증상이 나왔어요.
어느 날 야근을 해야 해서 저녁을 먹고
회사로 돌아왔는데... 슬슬 다리 부분이 가렵기 시작했습니다.
처음에는 혹시 저녁 먹은 게 잘못되었나? 싶었는데요.
몸에 다른 곳은 전혀 이상이 없었고,
유독 양쪽 다리 부분만 세로로 곳곳에 모기 물린듯한 자국이 올라왔어요.
밤이었기에 병원문도 닫았고, 가려움을 참고 하루를 보낸 뒤
다음날 바로 피부과에 갔습니다.
피부과 선생님께서 보시고는 갸우뚱하시면서
혹시 여행 다녀왔어요? 하시더라고요.
그래서 유럽여행 다녀온 지 열흘이 더 지났는데요.라고 말씀드렸는데요.
간혹 2주 넘어서 증상이 오는 환자들도 있었다고 하시더라고요.
다행히 저는 증상이 심해지기 전에 바로 병원에 가서
약을 처방받아서 먹었기에 4~5일 정도 가려움으로 고생하고는
해결이 되었어요.
이때 가려움도 모기 물렸을 때 보다 낮은 가려움이었어요.
빈대는 공복(?)에 200일도 살 수 있다고 합니다.
빈대에 비하면 우리 일상에서 자주 볼 수 있는 바퀴벌레는 양반인 것 같아요.
혹시라도 여행을 계획 중이시라면
유럽뿐 아니라 전 세계 어디라도 빈대에서 안전할 수는 없으니
꼭! 주의하시기 바라요.
외국 친구들과 소통하는 게 좋아~ 하시면서
호스텔 이용을 선호하시는 분들도 많으신데요.
아무리 깨끗하게 운영을 하는 호스텔이어도
숙소의 문제가 아니라 여행객의 문제가 있습니다.
빈대가 문제가 되고 있는 만큼
너무 많은 사람들과 함께 이용하는 방은
가급적 이용하지 않는 게 좋을 듯하고요.
어쩔 수 없는 상황이라면
침대 주변을 꼼꼼히 둘러보시기 바랍니다.
목조 침대나 가구가 있는지,
매트리스가 깨끗한지 꼭 보셔야 해요.
외국에는 중고매트리스도 많이 구매해서 쓴다더라고요.
매트리스 사이사이에 숨어 있을 수 있어요.
오늘은 저의 빈대에 물렸던 경험을 이야기해 보았어요.
20년이 다 되어 가는 오래전 여행 이야기를
다시 꺼내게 될 줄은 정말 몰랐는데요.
세월은 흘렀어도 빈대의 극악무도함은 여전하고
오히려 진화해서 더 심해진 듯하니
모쪼록 여행하실 때 주의 또 주의하시기 바라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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